창세기 3장 묵상 에세이
잃어버린 동산, 그러나 남겨진 약속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창세기 3:4)
에덴은 처음부터 완벽한 곳이었다. 푸르른 나무들이 생명의 향기를 뿜어내고, 강은 맑은 물로 넘쳤다. 하나님은 이곳에 인간을 두시고, 모든 것을 허락하셨다. 자유롭게 먹고 마시며, 아름다움을 누리게 하셨다. 단 하나의 금지만이 있었다.
"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창세기 2:17)
그러나 인간은 자유 앞에서 흔들렸다. 그들을 유혹한 것은 더 이상한 모습이 아닌, 말하는 뱀이었다. 뱀은 하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정말로 죽을까? 어쩌면 하나님이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감추고 계신 것은 아닐까?"
하와의 손이 나뭇가지로 뻗어갔다. 달콤한 열매를 손에 쥐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씹을수록 단맛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단맛은 곧 쓴 독으로 변했다. 하와는 아담에게 열매를 건넸고, 그는 아무런 저항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선택의 순간
그 순간, 그들의 눈이 밝아졌다. 그러나 그것은 지혜의 눈이 아니라, 수치의 눈이었다. 서로를 바라보자마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서로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급히 무화과 나뭇잎을 엮어 허물을 가리려 했다. 그러나 그 얇은 잎은 떨리는 가슴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들렸다.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창세기 3:9)
에덴의 저녁 바람이 불어오던 그 순간, 하나님이 그들을 부르셨다. 그들의 죄를 모르셨을까? 아니다. 하나님은 이미 알고 계셨다. 그러나 여전히 부르셨다. 여전히 찾으셨다. 아담과 하와는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그러나 창조주의 눈길에서 벗어날 곳은 없었다.
하나님의 분노, 하나님의 슬픔
"네가 이 일을 행하였으니, 네가 모든 가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창세기 3:14)
하나님은 먼저 뱀에게 저주를 선포하셨다. 그러나 그 다음은 인간이었다. 죄는 벌을 피할 수 없었다.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에게 각각 다른 형벌을 내리셨다.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창세기 3:16)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라." (창세기 3:19)
이제 생명은 고통 속에서 태어나야 했고, 노동은 땅과의 치열한 싸움이 되었다. 아담이 흙에서 왔듯이, 그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 했다. 죽음이 세상에 들어왔다. 하나님은 그들을 에덴에서 쫓아내셨다. 돌아갈 수 없는 길이었다. 동산의 문 앞에는 불타는 검을 든 천사가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겨진 희망, 여인의 후손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창세기 3:15)
그날, 하나님은 분노하셨지만, 동시에 슬퍼하셨다. 에덴에서 쫓겨난 인간을 보시며, 하나님도 아파하셨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을 저버리지 않으셨다.
여자의 후손. 그것은 단순한 예언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최초의 복음이었다. 언젠가, 죄를 짊어진 한 사람이 나타나 뱀의 머리를 짓밟을 것이라는 약속. 인간의 불순종이 가져온 저주를, 다시 회복할 한 분이 오실 것이라는 예언.
그날 이후, 인간은 끝없는 길을 걸었다. 에덴에서 멀어졌고, 세상은 점점 거칠어졌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셨다. 무화과 잎으로 자신의 수치를 가린 인간에게, 하나님은 친히 가죽옷을 만들어 입히셨다.
그 가죽옷은 단순한 보호막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상징이었다. 죄를 덮기 위해서는 피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훗날, 여인의 후손이 흘릴 피의 그림자였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우리는 여전히 선악과를 바라보며 살아간다. 여전히 하나님의 말씀보다 우리의 판단을 신뢰하고, 유혹 앞에서 흔들린다. 그러나 창세기 3장은 단순한 인간의 타락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약속의 시작이다.
그날 하나님께서 부르셨던 것처럼,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를 부르신다.
"네가 어디 있느냐?"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숨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이미 에덴을 떠났지만, 에덴보다 더 큰 소망이 우리 앞에 있다. 여인의 후손, 예수 그리스도. 그는 우리 대신 저주를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뱀의 머리를 짓밟으셨다.
그러니 우리는 소망할 수 있다. 우리의 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다. 에덴을 잃었지만, 하나님은 더 큰 나라를 준비하고 계신다. 오늘도 그분은 묻고 계신다.
"네가 어디 있느냐?"
우리는 이제 그분께 나아갈 수 있다.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다. 이미, 그분이 길을 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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