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장 묵상 에세이
태초의 빛, 태초의 숨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세기 1:1)
세상은 태초에 무엇이었을까. 무(無)의 어둠이었을까, 아니면 하나님의 심연 속에 감추어진 빛이었을까. 창세기 1장을 펼칠 때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순간을 떠올려 본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 공허한 공간, 깊은 침묵. 그러나 그 어둠 속에는 이미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 한 마디가 닿는 순간, 세상은 숨을 내쉬며 깨어났다.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창세기 1:3)
빛은 단순한 광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창조하는 힘이었고, 무(無)에서 생명을 탄생시키는 근원이 되었다. 하나님은 빛을 낮이라 부르고, 어둠을 밤이라 불렀다. 이렇게 해서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 순간부터 세상은 영원히 빛과 어둠, 낮과 밤을 따라 흐르게 되었다. 나는 이 구절을 묵상할 때마다 내 삶의 시작을 떠올린다. 언제나 어둠 속에서 시작된 길, 언제나 불확실하고 공허한 마음. 그러나 하나님께서 내게 "빛이 있으라"고 말씀하신 순간, 내 삶에도 새로운 질서가 생겼다.
둘째 날, 하나님은 하늘을 만드셨다. 위의 물과 아래의 물을 나누시고, 그 사이에 궁창을 두셨다. 나는 이 장면을 상상할 때마다 하나님의 손길을 떠올린다. 거대한 공간을 창조하시면서도, 세밀한 균형을 맞추시는 하나님. 우리가 사는 이 땅과 저 하늘, 그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었다.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묵상할 때, 나는 그 섬세함에 경탄한다. 하나님은 단순히 만물을 존재하게 하신 것이 아니라, 가장 조화롭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것들을 배치하셨다.
셋째 날에는 땅과 바다가 나뉘고, 온갖 식물이 자라났다. 땅에서 싹을 틔우는 푸른 것들, 각기 다른 색깔과 향기를 품은 꽃들. 하나님은 단순한 기능으로 자연을 창조하신 것이 아니다. 그분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셨고,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색깔과 향기를 넣으셨다. 나는 꽃을 볼 때마다, 나무의 싱그러운 잎을 만질 때마다 그분의 손길을 느낀다. 무채색이어도 될 이 세상을, 하나님은 다채로운 빛깔로 물들이셨다.
넷째 날, 하나님은 하늘에 해와 달과 별들을 두셨다. 그분은 빛을 창조하신 후에도 우리를 위해 시간을 구분하시고, 계절을 만드셨다. 해는 아침을 알리고, 달은 밤을 밝히며, 별들은 길을 인도한다.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하나님을 묵상한다. 우주의 끝없는 신비 속에서도, 그분은 나를 기억하고 계신다. 별처럼 수많은 존재들 중 하나일지라도, 하나님은 내 삶을 하나의 별자리처럼 이어가신다.
다섯째 날, 하나님은 바다와 하늘에 생명을 채우셨다. 물고기와 새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창조되었다. 같은 물고기라 해도 모양이 다르고, 같은 새라 해도 날갯짓이 다르다. 나는 하나님이 왜 이렇게 다양하게 만드셨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단순한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창조의 기쁨을 나누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나님은 우리에게 단순한 삶을 주신 것이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과 다양성을 허락하셨다.
여섯째 날, 하나님은 모든 동물을 창조하시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만드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들고."(창세기 1:26)
우리는 단순한 창조물이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존재다. 우리 안에는 창조의 흔적이 있고, 사랑의 본질이 있다.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시고 그들에게 복을 주셨다. 그분은 우리가 단순히 살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 우리는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리도록 맡기신 존재이며, 그분의 영광을 나타내도록 지음 받은 자들이다.
마지막 날, 하나님은 안식하셨다. 모든 것이 선하게 창조되었고, 이제 그분은 쉬셨다. 이 장면을 묵상할 때마다 나는 깊은 평안을 느낀다. 하나님이 쉬셨다는 것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창조가 완전해졌음을 뜻한다. 나 또한 내 삶 속에서 하나님의 완전함을 신뢰하고 안식할 수 있을까.
창세기 1장을 묵상할수록,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창조의 의미를 깨닫는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 시작했지만, 빛을 따라 살아가도록 부름받았다. 우리는 혼돈 속에서도 하나님의 질서를 경험하며, 그분의 손길 속에서 성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다.
그러니 내가 믿는 것은 단 하나다. 내 삶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하나님은 여전히 창조하신다. 빛이 있으라 하셨던 그 음성이 오늘도 내 삶에 들려오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씀을 따라, 빛 속으로 걸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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