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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려주일 대표기도문 모음

Halak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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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려주일 대표기도문 모음

보수적 교회에서 행하는 종려주일 대표기도문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나님 아버지, 오늘 이 종려주일 아침, 영원하신 주의 경륜 속에 놓인 구속사의 질서를 묵상하며 우리의 심령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향한 마지막 걸음을 따라 고요히 나아갑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그 침묵과 낮아짐을 기억하며, 겉으로는 호산나를 외쳤지만 그 내면에는 세속적 기대와 오해로 가득했던 군중들의 환호성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주님, 저희는 지금도 여전히 당신의 이름으로 열광하지만, 진정 당신의 뜻에는 무관심한 채 자신의 구상과 목적을 위하여 신앙을 수단화하려는 연약한 자들입니다. 고백과 실천이 분리되고, 회개 없이 성찬에 참여하며, 십자가 없는 부활만을 바라는 허상 속에서 살아가는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오늘 이 종려주일을 시작으로 고난주간에 들어서며, 저희가 그리스도의 대속적 순종을 교리적 개념이 아닌 존재적 진실로 받아들이게 하시고, 우리 자신의 죄악이 가져온 고통이 그분의 살과 피를 통해 속죄되었다는 사실 앞에 무릎 꿇게 하소서.

 

하나님, 교회를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이 땅의 교회가 복음을 말하지만 자기중심적 확장과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게 하시고, 십자가의 거룩한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참된 공동체로 회복되게 하소서. 말씀과 성례를 중심으로 한 경건의 모양이 진실한 회개의 열매를 맺게 하시고, 목회자들과 교역자들로 하여금 권위가 아닌 권속의 마음으로 성도를 품게 하소서.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던 손이 고난의 길에서는 물러섰듯, 우리도 영광만을 좇는 신앙에서 벗어나 주님과 함께 멸시를 받는 자리에 서게 하소서.

 

주님, 우리가 속한 민족과 나라 위에 자비를 더하사, 탐욕과 허위가 가득한 시대 속에서 진리의 언약을 붙잡는 의로운 자들이 일어나게 하시고, 정의를 말하지만 비방과 혐오에 빠지지 않게 하시며, 극단과 단절이 아닌 화해와 섬김의 토양을 일구게 하소서. 모든 권세와 제도 위에 다스리시는 주님의 뜻이 이 땅에도 실현되게 하시며, 교회가 이 나라 가운데 선지자적 목소리로 존재하되 겸손하고 실천적인 빛과 소금이 되게 하소서.

 

사랑의 하나님, 우리 각 사람의 삶을 기억하셔서 병상에 누운 자들에게는 신유의 은혜를, 마음이 메마른 자들에게는 회복의 기름을 부어주시며, 청년들에게는 정체성과 소명을 찾는 지혜를 허락하시고,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에게는 기도와 인내의 능력을 더하여 주옵소서. 특별히 고난주간을 맞아 각 가정과 일터와 교회가 경건한 긴장감 속에 살아 움직이며, 묵상과 금식, 기도와 찬양이 복잡한 일상 속에서 중심을 잡는 영적 나침반이 되게 하소서.

 

주님, 이제 저희는 부활을 향한 일주일의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우리의 신앙이 단순한 감정적 환희에 머물지 않게 하시고, 말씀 속에 스며든 구속의 진리를 체화하는 삶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자기부인과 참된 제자도의 길을 다시 걸어가기로 다짐하게 하시고, 흩어질 때에도 한 몸 된 교회의 지체로서 서로를 기억하고 사랑하며 섬기게 하소서. 주님의 입성은 평화의 왕으로서의 선포였고, 십자가는 그 평화가 실현된 자리였으며, 부활은 그 사랑의 승리를 완성하신 은혜였습니다. 이 종려주일의 고백이 우리 인생의 고백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문학적으로 표현한 종려주일 대표기도문

햇살이 잎맥을 따라 흐르고, 봄비가 굳은 땅을 적시듯, 주님의 은총이 오늘 우리의 마음에 스며들기를 원합니다. 바람 속에서도 말을 아끼시는 주님, 당신의 침묵이 그 어느 말보다 크고 깊은 외침이었음을 오늘 다시 기억합니다.

 

이 날은 주님께서 예루살렘으로 향하신 날입니다. 만민의 기쁨이 머물고, 슬픔이 쌓여가는 도시, 예언자들이 살해되고, 진실이 유배되는 도시, 그러나 여전히 구원을 갈망하는 이들이 가득한 그 도시로 당신은 나귀를 타고 조용히 들어가셨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외침이 아니라 속삭임입니다. 호산나, 살려주소서, 우리의 불안한 희망을, 불안한 믿음을, 불안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사랑을 주님은 아십니다.

 

우리는 더 이상 확신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심의 시대 속에서, 불완전한 진실을 부여안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주님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음을 기억합니다. 의심과 사랑은 함께 걸을 수 있음을, 비판과 믿음이 함께 머물 수 있음을 이 공동체에서 배우게 하소서.

 

주님, 우리가 흔드는 종려나무 가지가 승리의 상징이 아니라 고난을 향한 동행의 의지가 되게 하소서. 당신의 입성은 로마의 말발굽 아래 자행되던 폭력의 반대편, 무력한 평화의 언어였고, 그 언어는 지금도 거리의 약자, 병상 위의 노인, 이민자의 아이들, 침묵하는 여성들 속에서 속삭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도합니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고요의 안내자가 되어 주옵소서. 계절을 잃어버린 땅에, 상실된 시간 속의 생명에게, 당신의 회복과 평화를 허락하소서. 폭력이 문화가 되고, 언어가 무기가 되며, 신앙마저 벽을 세우는 이 시대에 당신의 십자가는 여전히, 모든 경계를 넘어서는 초대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주님, 이 교회가 뿌리 내리는 이 땅이 함께 웃고, 함께 우는 사람들로 가득하길 원합니다. 모든 존재가 거룩함을 지닌 창조의 일부임을 기억하며, 우리는 주님의 평화를 이 땅 가운데 실천하길 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흔드는 종려나무 가지 하나하나에 오만이 아닌 겸손, 침묵이 아닌 경청, 힘이 아닌 연대, 의심 속에 피어나는 소망을 담아 주님께 내어드립니다.

 

우리를 통해, 한 사람의 예루살렘이라도, 작은 거리 하나라도, 다시 거룩한 땅이 되게 하소서.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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