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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 탐욕의 시대 하나님과 동행하다

Halak 2025.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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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녹은 그날 밤,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가 품에 안고 있던 아기는 작고 연약했다. 작은 손가락이 그의 손을 붙잡았고, 가만히 감겨 있는 눈꺼풀 아래에서 조용한 생명이 꿈틀거렸다. 그 순간, 번개처럼 한 가지 깨달음이 그를 덮쳤다.

 

생명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스스로 얻어낸 것도, 인간의 능력으로 만들어 낸 것도 아니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이었다. 에녹은 아들을 품에 안으며, 처음으로 진심 어린 두려움을 느꼈다. 자신이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 놀라운 선물을 마주하며 깨닫는 거룩한 두려움이었다.

 

그전까지의 삶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일했으며, 친구들과 어울렸고, 땅을 일구며 살았다. 세상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경쟁에 지쳐가고 있었다. 아담의 피를 물려받은 이들은 끝없이 탐욕을 좇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서로를 밀어냈다. 하나님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에녹도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므두셀라가 태어나던 그 밤, 그는 변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있던 순간, 그는 하나님을 떠올렸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모든 인간이 물어야 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하는 질문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생명이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강렬한 확신이 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하나님과 동행하기 시작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산을 떠나 수도자가 되지도 않았고, 도시를 피해 광야로 나가지도 않았다. 그는 여전히 직장에서 일했고, 아내와 성적 사랑을 나누었으며, 자녀를 낳고 길렀다. 사람들과 어울렸고, 장터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팔았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그가 모든 삶의 기준을 하나님께 맞추었다는 점이 달랐다.

 

그는 하루를 시작하며 하나님을 찾았고, 모든 순간에 하나님의 뜻을 구했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조차 하나님께 감사하며 살았다. 비가 오면 땅을 적셔 주심을 감사했고, 햇살이 비치면 그 따뜻함에 감사했다. 그에게는 특별한 일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주신 하루 자체가 기적이었고, 그의 삶의 이유였다.

 

세상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친구들은 묻곤 했다. “에녹, 너는 왜 그렇게 변했느냐?” 그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내 삶의 방향이 달라졌을 뿐이야.” 세상은 여전히 탐욕과 경쟁 속에 빠져 있었지만, 그는 더 이상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았다.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지 않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려 하지도 않았다. 단순하게 살았다. 그리고 그것이 기쁨이었다.

 

그는 욕심을 내려놓았고, 분노를 내려놓았고, 두려움까지 내려놓았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겼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내려놓을수록 자유로워졌고, 비울수록 채워졌다.

 

그의 삶은 깊어졌다.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 살지 않았기에, 그는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깨닫고 살았다. 자녀들을 바라볼 때마다, 그는 자신의 눈이 아닌 하나님의 눈으로 그들을 보려 했다. 일을 할 때에도, 그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마음으로 일했다.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의 눈빛은 빛났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하나님과 함께 걸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아침이 밝았고, 그는 조용히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인사를 했고, 아내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하나님과 대화하며 길을 걸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이 땅에 있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그를 데려가셨다.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어디로 간 것인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종이 아니었다. 그의 삶이 완성된 것이었다.

 

그는 죽지 않았다. 하나님과 함께 살아 있는 자가 되었다.

 

그의 삶은 한 가지를 말해 준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일상 속에 있고, 우리의 평범한 하루 속에 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은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을 바라보며 사는 것이다.

에녹은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그는 하나님과 함께 갔다.

 

오늘, 우리는 누구와 함께 걷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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