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0장 강해 설교
요한계시록 10장 강해 설교
요한계시록 10장은 여섯째 나팔과 일곱째 나팔 사이에 삽입된 중간 환상으로, 일곱 인 사이에 7장이 삽입된 것과 구조적으로 평행을 이룹니다. 이 장은 강한 천사가 등장하여 작은 책을 들고 하나님의 비밀에 대해 말하고, 요한이 그 책을 받아 먹는 장면을 통해 하나님의 계시가 선지자에게 전달되고 선포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본문은 하나님의 계시가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 아래 이루어지며, 그 말씀을 받은 자는 반드시 그것을 전해야 한다는 예언자의 사명을 강조합니다.
강한 천사의 등장과 하나님의 맹세 (10:1-7)
“내가 또 보니 힘센 또 다른 천사가 구름을 입고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그 머리 위에는 무지개가 있고 그 얼굴은 해 같고 그 발은 불기둥 같으며”(10:1). 이 강한 천사는 그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구름, 무지개, 해, 불기둥 등의 상징은 구약의 하나님 현현(theophany)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사자이자, 하나님의 임재와 능력을 대변하는 존재입니다.
그의 손에는 “펴 놓인 작은 책”(10:2)이 있습니다. ‘펴 놓인’이라는 표현은 이전에 봉인되어 있던 하나님의 비밀이 이제는 드러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오른발은 바다를, 왼발은 땅을 밟고 섰는데, 이는 하나님의 주권이 온 세상, 곧 바다와 육지에 미친다는 상징입니다. 이 장면은 단지 한 지역이 아닌, 전 인류를 향한 보편적 메시지의 도래를 알리는 선포입니다.
그 천사가 큰 음성으로 외칠 때, “일곱 우레가 그 소리를 내어 말하려 하거늘”(10:3). 이 일곱 우레는 하나님께서 무엇인가 계시하시려는 듯한 장면이지만, 요한이 그것을 기록하려 하자 하늘에서 “일곱 우레가 말한 것을 인봉하고 기록하지 말라”(10:4)는 명령이 들려옵니다. 이는 하나님의 계시가 모두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만큼만, 하나님의 뜻 안에서 제한적으로 드러나야 함을 뜻합니다. 신비와 경외의 대상이신 하나님은 모든 것을 인간에게 드러내지 않으십니다.
이어 천사는 하나님께 맹세합니다. “이제 지체하지 아니하리니 일곱째 천사가 소리 내는 날 그의 나팔을 불게 될 때에 하나님이 그의 종 선지자들에게 전하신 복음과 같이 하나님의 그 비밀이 이루어지리라”(10:6-7). 여기서 ‘지체하지 않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구속사가 더 이상 연기되지 않음을 뜻하며, ‘하나님의 비밀’(mysterion tou Theou)은 구약의 예언자들을 통해 예고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되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복음은 더 이상 숨겨진 것이 아니라, 드러난 진리로 선포되고 있으며, 이제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작은 책을 받아먹는 요한 (10:8-11)
요한은 이제 그 천사에게 나아가 책을 받으라는 명령을 듣습니다. “가서 바다와 땅을 밟고 서 있는 천사의 손에 펴 놓인 책을 가지라 하기로”(10:8). 그는 천사에게 그 책을 요구하고, 천사는 말합니다. “가지어 먹어 버리라 네 배에는 쓰나 네 입에는 꿀같이 달리라”(10:9). 요한이 책을 받아먹자 실제로 입에는 꿀같이 달았으나, 배에서는 쓰게 되었다고 기록합니다(10:10).
이 상징은 에스겔 2~3장에서 선지자가 하나님의 두루마리를 받아먹는 장면과 병행됩니다. 말씀은 듣는 순간에는 달콤하지만, 그것을 선포하고 감당하는 일은 고통스럽고 고난이 따릅니다. 복음은 본질적으로 생명과 기쁨의 메시지지만, 동시에 그것을 전하는 자는 세상의 거절과 대립을 감당해야 합니다. 요한이 받은 이 작은 책은 바로 그런 성격을 지닌 계시이며, 예언자의 사명을 짊어지는 자의 운명을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지적 이해나 정보 습득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의 존재 속에 받아들이고, 그것이 삶과 사역을 통하여 선포되는 것을 뜻합니다. 말씀이 입에만 머물지 않고 배 속 깊이 들어가, 그 사람의 영혼과 행위를 통하여 역사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요한에게 명령하십니다. “네가 많은 백성과 나라와 방언과 임금에게 다시 예언하여야 하리라”(10:11). 이는 복음의 세계적 사명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요한의 사역은 단지 교회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과 민족을 향해 확장되어야 하는 사명입니다. 복음은 지역적, 민족적 한계를 넘어, 전 인류를 향해 주어졌습니다.
결론
요한계시록 10장은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와 신비, 그리고 그 말씀을 받은 자가 감당해야 할 사명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계시는 하나님의 주권 안에 제한적으로 주어지며, 그것은 반드시 선포되어야 할 사명입니다. 입에는 꿀같이 달지만 배에는 쓰게 되는 말씀의 경험은, 복음을 전하는 모든 이들이 겪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고통 속에서도, 말씀을 받아 먹고, 다시 예언해야 할 자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비밀은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교회는 이 마지막 때에 그 말씀을 세상에 전할 책임을 지닌 증인 공동체로 살아가야 합니다. 지금 이 시대, 교회는 그 작고 펼쳐진 책을 먹고, 고통과 기쁨을 함께 지닌 자로서 다시 예언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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