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주일 대표기도문 회개의 기도
2. 회개의 기도
거룩하신 하나님 아버지, 주의 얼굴을 구하는 이 시간, 우리는 마음을 낮추고 죄를 고백하며 회개의 문 앞에 엎드립니다. 세상의 소음 속에서 들리지 않던 하나님의 음성이, 예배의 고요 속에서 마음 깊이 울리며 우리를 자각하게 하시고, 우리의 영혼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시니 이는 참으로 주의 긍휼입니다.
주님, 저희는 이 여름날의 태양처럼 뜨겁게 살아가지 못하였습니다. 심령은 나태했고, 믿음은 미지근했으며, 행위는 흔들리는 갈대 같았고, 입술은 정결하지 못했습니다. 말씀 앞에 서야 할 자리에 세상의 논리에 서 있었고, 기도해야 할 골방을 뒤로한 채 눈에 보이는 바쁨과 피곤에만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은혜를 잊은 마음은 급기야 감사를 외면했고, 무뎌진 양심은 죄의 무게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 주여,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 자아의 평안 속에서 자고 있었는지, 진리의 칼을 피하여 나를 옹호하기 바빴는지, 말씀의 빛 앞에서 도리어 눈을 감았는지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만이 우리 마음의 옹벽을 쌓았고, 그 속에 이기심이라는 독초가 자라나 이웃의 고통과 교회의 상처를 외면하게 만들었습니다. 말은 믿음을 이야기했으나 행위는 세상을 따랐고, 찬양은 입술에 있었으나 삶에는 순종이 없었습니다.
하나님, 주님의 빛 가운데 나아갈수록 우리 안의 어둠은 더욱 짙게 드러납니다. 율법 앞에 서면 서 있을 수 없고, 십자가 앞에 무릎 꿇으면 핏값 없는 존재라는 자각만이 우리를 덮습니다. 주님께서 아니하시면 우리는 회개조차 할 수 없고, 주님께서 일깨우시지 않으면 죄가 죄인지도 모르는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우리의 심령을 성령으로 감찰하시고, 깊은 곳에서부터 진실한 통회를 일으켜주소서.
주님, 지난 한 주간 동안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쉽게 주님을 떠났는지를 기억합니다. 작은 이익 앞에서 진리를 유보했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으면서도 회개의 찔림을 등졌으며, 외로움과 분노와 불안으로 인해 알지 못하는 죄들을 뿌리내리게 했습니다. 용서의 언어보다 비난의 언어가 입술에 익숙했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내야 할 자리에 판단과 냉소로 응했습니다. 믿음의 이름으로 살아가면서도, 참으로 믿음으로 걷는 삶을 외면했습니다.
하나님, 이 계절의 뜨거움처럼 우리의 심령에도 회개의 불이 타오르게 하옵소서. 여름비가 땅을 적시듯, 우리 안에도 눈물의 비가 흘러 죄를 뿌리째 뽑아내게 하시고, 회개의 진액이 우리의 모든 교만을 녹여내어 겸손히 주 앞에 무릎 꿇게 하소서. 마치 시냇물이 바위를 깎듯, 회개의 기도들이 우리의 굳은 심령을 부드럽게 깎아내고, 진리 앞에 엎드리는 마음이 되게 하소서.
주여, 저희는 자주 하나님의 법을 지식으로만 품고, 그것을 삶의 기준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말씀을 들으며 감동은 받았지만 변화는 없었고, 회중 가운데 예배에 참여했지만 회심은 없었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입술에서 멈췄고, 우리의 구원이 고백에만 머물렀습니다. 주님, 우리가 복음의 진리를 머리로만 알고 살지 않게 하시고, 그것이 우리의 심장을 흔들고, 손과 발을 변화시키는 능력으로 살아 역사하게 하소서.
성령 하나님, 우리의 무감각한 양심을 다시 일으켜주소서. 말씀을 들을 때 가슴이 뜨거워지게 하시고, 죄를 지을 때마다 가책이 임하게 하시며, 하나님과 멀어질 때마다 안타까움이 생기게 하소서. 회개가 감정의 일회적 경험으로 끝나지 않게 하시고, 오히려 삶 전체를 돌이키는 전환점이 되게 하소서. 우리 안에 죄를 미워하는 마음을 주시고, 거룩함을 사모하는 열정을 허락하셔서, 이 회개가 주님의 영광을 위한 시작이 되게 하옵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다시 섭니다. 상처 입은 손과 발, 찔리신 옆구리, 가시관과 채찍 자국은 우리의 허물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죄 없으신 분이셨으나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고통받으셨고, 우리는 죄로 가득한 존재였으나 그 사랑으로 의롭게 되었습니다. 이 놀라운 은혜 앞에 무릎 꿇게 하시고, 다시는 죄로 되돌아가지 않겠다는 결단을 허락하소서.
주여, 개인의 죄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죄, 이 사회의 구조적 불의와 무관심에 대해서도 회개합니다. 교회가 예언자의 소명을 잊고 안락함을 추구했음을 고백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공의의 말씀을 외면하고, 숫자와 명예에 더 마음을 둔 것을 용서하소서. 회개하는 교회가 되게 하시고, 주님의 뜻을 향해 겸손히 걷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게 하소서.
하나님, 이 7월, 불볕더위로 땅이 갈라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깨어지게 하시고, 메마른 심령 위에 주의 말씀의 비를 내려주소서. 말씀이 뿌리를 내리고 열매 맺는 회개의 계절이 되게 하시며, 이 고백이 일시적인 열정이 아닌 삶을 바꾸는 기도의 씨앗이 되게 하소서. 회개하는 자를 돌보시고, 새롭게 하시고, 그 삶에 주의 영광을 드러내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더 깊은 정결을 사모하게 하소서.
하나님 아버지, 우리가 눈물로 씨를 뿌릴 때 기쁨으로 단을 거두게 하시고, 회개의 골짜기를 지나 거룩함의 산 위에 오르게 하소서. 지금은 한숨으로 낮추는 시간이지만, 장차는 찬송으로 드러날 회복의 시간이 되게 하시고, 오늘의 고백이 내일의 순종으로 이어지게 하소서. 우리의 회개를 기쁘게 받으시고, 용서하시고, 새롭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